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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최종수     2017-06-07 [06:31] count : 13279

봄날은 간다

송 재 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봄은 왔고 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 봄날은 가고 있다. 복사꽃, 살구꽃, 진달래, 라일락이 피어나는 봄은 찬란하고 아름답다. 중국 송나라의 시인 소식(蘇軾)봄밤 일각(一刻)은 천금의 값어치가 있다(春宵一刻直千金)”고 했다. 봄이 그토록 찬란하고 아름답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찬란한 아름다움은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러기에 봄의 끝자락엔 늘 아쉬움이 남는다. 가는 봄에 대한 미련과 애잔한 슬픔의 정서를 노래한 작품이 많은 것은 이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작품이 백설희가 부른 노래 봄날은 간다가 아닐까?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1954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곡도 곡이려니와 서정적인 노랫말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2003, 계간지 시인세계의 설문조사에서 시인들이 애창하는 대중가요 1위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시인 김사인 씨도 최근 이 노랫말을 국민 애송시라고 했다.

 

연분홍 치마를 봄바람에 휘날리면서 열아홉의 풋풋한 아가씨가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서,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서,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서 가는 봄을 아쉬워하고 있다. 이 아쉬움은 을 두고 맹세한 임의 부재(不在)로 인한 슬픔과 겹쳐진다. 그래서 더 애틋하다.

 

이 노래는 그 후 이미자, 조용필, 주현미, 심수봉, 나훈아, 최백호, 장사익 등에 의해서 꾸준히 리메이크되어 불렸다. 그만큼 널리 사랑받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들은 각기 제 나름의 독특한 창법으로 노래했는데 이 중 장사익이 부른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장사익의 봄날은 간다

 

20042월의 어느 날, 동숭동 옛 서울 문리대 교정에서 김진균 교수 영결식이 거행되었다. 김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 재직하면서 노동운동의 대부로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하여 온 몸을 던져 활동하다가 정년퇴직한 다음 해에 서거했다. 이에 노동자 단체 연합으로 김 교수 영결식이 거행된 것이다.

 

그때 나도 식장에 있었는데 좀 독특한 형식의 영결식이었다.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장사익 씨의 노래였다. 장사익 씨가 단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데 뜻밖에도 그는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 나는 깜짝 놀랐다. 엄숙한 영결식장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다니, 식장의 분위기와 걸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 2, 3절로 이어지는 노래를 듣는 동안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것은 그토록 아름답던 봄이 짧게 머물다 가버리기 때문일 터인데, 이 노래는 아름다운 삶을 남기고 봄처럼 훌쩍 가버린 김 교수를 아쉬워하는 듯했다. 이렇게 이 노래가 영결식과 기묘한 조화를 이룬 것은 호소력 있는 장사익 씨의 창법에 힘입은 바 크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노래의 멜로디와 노랫말이 지닌 뛰어난 예술성이 사람들의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정서를 자극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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